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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성범죄 무고, 합의금부터 건네면 안 되는 이유

  • 작성자 법무법인 태림
  • 등록일 2026-09-28
  • 조회수 32


 

전혀 예상하지 못한 순간, 경찰서에서 성범죄 혐의로 고소가 접수되었다는 연락을 받는다면 누구라도 당황할 수밖에 없다. 억울한 마음에 어떻게든 빨리 해결하고 싶어서, 상대방에게 돈을 건네고 조용히 넘어가려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대응은 오히려 사건을 더욱 불리하게 만들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먼저 성범죄 고소에서 자주 등장하는 죄명들을 쉬운 말로 정리해보면, 흔히 ‘성폭행’이라고 부르는 범죄에는 세 가지가 있다. 폭행이나 협박으로 성관계를 강요한 경우가 강간(형법 제297조, 3년 이상의 징역), 삽입 없이 폭행·협박으로 유사한 성적 행위를 강요한 경우가 유사강간(형법 제297조의2, 2년 이상의 징역)이다. 상대방이 술에 취해 정신을 잃었거나 잠들어 있는 등 저항할 수 없는 상태를 이용해 성관계를 하거나 유사한 행위를 한 경우는 준강간(형법 제299조)이라고 하는데, 이 조항은 폭행이나 협박이 없었더라도 강간·유사강간과 똑같은 형으로 처벌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성추행’으로 불리는 범죄도 세 가지로 나뉜다. 폭행이나 협박으로 신체를 만지는 등 추행을 한 경우가 강제추행(형법 제298조,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이고, 상대방이 저항할 수 없는 상태를 이용해 추행한 경우는 준강제추행(형법 제299조)이라 하여 강제추행과 같은 형으로 처벌된다.


지하철이나 버스처럼 사람이 붐비는 장소에서 신체 접촉이 있었던 경우는 공중밀집장소추행(성폭력처벌법 제11조)이라 하는데, 2025년 법 개정으로 처벌 수위가 기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에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크게 올라갔다. 이 죄명들은 모두 피해자가 고소를 취하해도 형사처벌 자체가 자동으로 멈추지 않는 범죄라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이 점 때문에 억울하게 성범죄 고소를 당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사실관계를 따져보기도 전에 합의금부터 지급하는 것은 매우 신중해야 한다.


첫째, 앞서 설명했듯 대부분의 성범죄는 피해자와 합의했다고 해서 수사나 재판 자체가 멈추지 않는다. 합의는 형량을 정할 때 참고되는 요소일 뿐, 처벌을 막아주는 만능 카드가 아니다.


둘째, 돈을 먼저 건네는 행위 자체가 오히려 잘못을 인정했기 때문에 돈을 준 것 아니냐는 정황으로 해석될 위험이 있다.


셋째, 고소인에게 직접 연락하는 것 자체가 새로운 문제를 만들 수 있다. 성범죄 고소를 당한 직후 억울함을 호소하기 위해 고소인에게 반복적으로 전화하거나 메시지를 보내는 경우가 있는데, 상대방이 연락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혔음에도 계속 연락을 이어간다면 그 자체로 스토킹 혐의가 문제될 수 있고, 기존 성범죄 사건에서도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로 받아들여져 오히려 불리한 사정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렇다면 실제로 하지 않은 성범죄로 고소를 당했다고 생각한다면 무엇부터 해야 할까. 가장 먼저 할 일은 사실관계를 객관적으로 정리하는 것이다. 그날 있었던 일을 시간 순서대로 정리하고, 문자메시지나 카카오톡 대화, 통화 기록, CCTV 영상, 목격자의 연락처 등 사실관계를 뒷받침할 수 있는 자료를 최대한 빨리 확보해야 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CCTV 영상은 삭제되고, 기억은 흐려지며, 목격자와도 연락이 끊기기 쉽다. 그리고 수사기관에서 조사를 받을 때 어떤 순서로, 어떤 표현으로 진술하느냐가 이후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치므로, 처음 조사를 받기 전부터 변호사와 함께 진술 방향을 정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한편 억울하게 성범죄 고소를 당했다고 생각하면 곧바로 상대방을 무고죄로 맞고소하려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수사 초기부터 무고 고소로 맞대응하는 것이 반드시 유리한 전략은 아니다. 오히려 성범죄 사건에 대한 수사가 충분히 진행되기 전에 성급하게 무고죄로 맞고소하면, 정작 자신의 혐의를 방어하는 데 집중하지 못하거나 상대방과의 감정적인 다툼으로 사건이 확대될 수 있다.


따라서 우선 자신의 진술과 객관적인 증거를 충실히 정리하여 성범죄 혐의에 대한 방어에 집중하고, 수사 과정에서 고소인의 진술이 객관적 사실과 명백히 배치되거나 허위 신고를 뒷받침할 자료가 확인된다면 그때 무고 고소의 시기와 필요성을 전략적으로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성범죄 고소는 한 번 시작되면 여러 쟁점이 얽힌 복잡한 수사 절차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초기 진술과 증거는 이후 사건의 방향을 좌우할 수 있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따라서 고소 사실을 통보받았다면 섣불리 합의를 시도하거나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법률적인 조언을 받아 사실관계를 정리하고 대응 전략을 세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법무법인 태림 고양 분사무소 서영은 변호사


로리더 : https://www.lawleader.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045